[대학뉴스]아버지의 장례식을 뒤로하고…

  • 입력 2001년 5월 4일 16시 23분


 한총련 대의원 신혜원씨
 한총련 대의원 신혜원씨
아버지의 영결 미사가 막 끝나고 운구가 차에 옮겨지는 찰나, 흰 소복을 입은 딸은 흐르는 눈물을 채 닦을 새도 없이 '뛰어'라는 소리와 함께 학생들과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족도, 친지들도 그저 안쓰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성당의 한 장례식장.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국가보안법 위반혐의) 중인 신혜원(홍익대·동양화4)양은 지난달 30일 2년전부터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들었다.

동아리연합회 회장에 선출된 지난 해부터 시작된 수배생활로 위독한 아버지의 병문안조차 마음껏 다닐 수 없었던 신양은 그나마 학생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신양이 학교를 벗어나 장례식에 참석하자 그 날부터 홍익대와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학생들은 운구가 모셔져 있던 청담동 성당 주변에서 밤을 지새며 경찰의 접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예우가 지켜지는 상가집이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은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수배 중이던 장진숙(홍대·예술학4)양이 동생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경찰에 연행된 터라 학생들은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날 장례식에는 당시 연행됐다가 지난달 출소한 장양도 참석했다.

장양은 줄곧 장례식장을 지키며 슬픔에 잠긴 신양에게 "우리는 너를 이런 비통한 순간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신양은 "그저 멍할 뿐"이라고 힘겹게 입을 열며 "이 일이 개인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30일 밤부터 다음날까지 장례식장과 인근 도로에는 경찰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주변을 관찰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일 오전 10시, 학생들은 영결미사를 마친 운구가 장지로 이동하기 위해 차로 옮겨지는 순간 신양을 가운데 둘러싸고 청담역에서부터 2호선 선릉역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서럽고도 서러운 일"이라던 장양의 말처럼,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아버지 장례식마저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그렇게 뛰어 달아나야만 했던 신양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신양에게 국가보안법은 어떤 것일까?

지난달 25일 검찰은 '9기 한총련은 여전히 이적단체'라고 밝혔다.(유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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