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관직원 국회에 '교과서 서한' 파문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44분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에게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서한을 보냈다가 외교통상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일본대사관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정치부장은 4월23일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역사교과서) 검정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그 교과서의 역사인식이나 역사관이 정부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의 포인트는 민간 저작·편집자의 창의적인 생각을 살린 다양한 교과서 발행이라는 기본이념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역사인식이나 역사관을 확정하는 성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A4용지 두 쪽자리 이 서한에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과정을 소개하는 참고자료,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당초 만든 교과서와 정부 수정안 등을 동봉했다. 이에 대해 정몽준(鄭夢準·무소속)의원 등은 4일 오전 국회 통외통위 의원간담회에서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원웅(金元雄·한나라당)의원은 외교통상부장관 앞으로 서한까지 보내 “이런 주장에는 ‘일본 정부는 검정 통과 역사교과서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따라서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논리가 깔려있다”고 항의했다.

김 의원은 “외국 대사관 직원이 주재국 의원들에게 자국의 입장을 서한으로 보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일본정부가 한국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지적하고 외교통상부의 ‘엄중하고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 추규호(秋圭昊) 아태국장은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적절하지 못한 서한에 국회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주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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