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 늘 생각합니다. '왜 밥만 먹곤 못살지? 아, 제발 밥만 먹고 살았음 좋겠다...'.
아침, 점심, 저녁을 가지가지 다른 반찬으로 차린다는 것, 장난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아침에 먹은 거 그대로 랩에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점심에 먹고 그래도 남으면 전자레인지에 돌려 저녁에도 먹고...그러기는 정말 싫거든요.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싫어하는 전자제품이 전자레인지입니다. 거기만 들어갔다 나오면 요리가 다 맛이 없어지니까요...)
다행히 저희 남편은 아침상에 올라왔던 반찬은 점심 때 젓가락도 안대거나, 5첩 반상 이하면 숟가락을 안드는 왕재수 남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반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밥상이란 게 각양각색의 반찬그릇이 가득 올라와 있어야 폼이 나잖아요? 말이 좋아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지 걸인의 찬 올려놨는데도 군소리없이 맛있게 밥먹어준다는 남편 얘기는 들은 적이 없네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저마다 반찬이 궁할 때 자주 하는 요리가 있더라구요. 누군 후딱 계란찜을 만든다고도 하고, 누군 호박전을 부치고, 누군 생선을 조리거나 고기를 구워준다고도 합니다. 저는 냉장고를 암만 뒤져도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어묵볶음을 만듭니다. 이거야말로 제가 만든 요리 중에 가장 "그럴듯한" 맛을 내는 '우리집 주방장 특선 반찬'이거든요.
어묵볶음의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레시피대로만 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하는 레시피대로만 만들면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라니까요! 전 가정식 백반 집 같은 데 가서 어묵볶음을 먹어보면 그 집 주방장의 자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치나 찌개는 특별한 손맛이 필요한 요리니까 맛이 없으면 그 주방장은 솜씨가 없는 거죠. 하지만 어묵볶음 같은 게 맛이 없으면 그 집 주방장은 성실하지도 않은 거거든요. 그만큼 어묵볶음은 정성껏 만들면 그 정성을 알아주는 괜찮은 요리입니다.
제가 소개하는 어묵볶음의 포인트는 양파와 풋고추를 같이 볶는다는 것과 물엿을 넣어준다는 거예요. 양파의 달착지근함과 풋고추의 화끈하게 매운 맛이 어묵의 밍밍함을 보완해주고요, 간장에 물엿을 섞어 볶아주면 달콤한 맛은 물론이고 윤기가 자르르~ 흘러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거든요. 홍고추를 조금 넣으면 색깔이 예쁘구요.
밑반찬만으로 버티기엔 아무래도 밥상이 너무 초라할 때, 쏜살같이 슈퍼에 달려가서 어묵을 사다가 한번 만들어 보세요. 따끈따끈한 밥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답니다. 제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어묵볶음', 당장 만들어 보세요! 절대 배반하지 않을 겁니다...
***주방장 특선 어묵볶음 만드는 법***
재 료 : 어묵 200g (동글동글 조그만 어묵), 양파 1개, 풋고추 4개, 홍고추 1개, 다진 마늘 1큰술, 간장 3큰술, 물엿 1과 1/2큰술, 깨소금 1큰술, 후추가루 조금
만들기 : 1.양파를 반으로 갈라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풋고추와 홍고추는 반을 갈라 씨를 턴 다음 어슷썬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기름에 마늘향이 배면 어묵, 양파, 풋고추를 넣는다
4. 어묵과 채소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5. 간이 배면 물엿을 넣어 섞어준다
6. 홍고추를 넣어 몇번 뒤적인 후, 깨소금과 후추가루를 뿌려 상에 낸다...
ps. 어묵을 맛있게 먹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감자와 함께 조려먹는 거예요. 가정식 백반집에 가면 많이 나오는 메뉴죠? 너무 짜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야 하는데요, 감자가 폭신폭신해질 때까지 익히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어묵볶음처럼 후다닥 만들어 짠~하고 내놓기는 어렵죠. 역시 어묵볶음이 최고!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 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