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는 스타의 차를 운전하기도 하고 밀려드는 팬들을 통제하는 보디가드 역할도 하고, 심부름도 한다. 담배도 사오고, 의상도 들고 다니고, 스타의 전화도 대신 받아주고, 밤샘 촬영을 하면 야식도 준비하고….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스타를 따라다니며 고생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연예인 매니지먼트회사는 로드를 뽑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까다로운 스타들과 하루 종일 같이 다니며 비위를 맞춰 주는 일이 보통 어렵지 않기 때문에 로드가 자주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전문적인 매니지먼트회사가 많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확실한 로드는 바로 스타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들은 차를 운전해서 녹화장에 데려다 주고, 분장실이나 세트 한 구석, 혹은 차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자식을 기다리고,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섭외 전화를 받아 스케줄과 개런티를 조정했다.
행여 자식이 촬영에 쫓겨 끼니를 거를까봐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이며 도시락도 준비해 왔고 군것질거리도 챙겼다.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집에 가서 다른 옷을 갖다 주거나 어디 가서 사오기도 했다.
변덕스런 스타 자식의 비위를 묵묵히 다 맞춰주었고 특히 여자 연예인의 어머니는 혹시 스캔들이라도 날까 싶어 연예인끼리 나이트 클럽이라도 가면 꼭 따라가서 로드 어머니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딸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최고의 로드로 꼽히는 분들은 고현정, 하희라, 오연수, 김혜수, 심은하 등의 어머니다. 이 분들은 요즘 기준으로 봐도 거의 전문 매니저 수준이어서 방송국이나 영화 스태프 중에 이 분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특히 고현정, 하희라, 오연수의 어머니는 말많은 연예계에서 딸들이 결혼할 때까지 불미스런 스캔들이 나지 않도록 완벽한 매니저 역할을 했다. 심은하 어머니의 경우 유일하게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해 왔는데 심은하가 현재 연예계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 실직(?) 위기에 처해 있다.
남자 연기자의 경우, 장동건이나 김찬우의 아버지가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한동안 아들의 매니저로 유명했던 분들이다.
요즘은 전문 매니저들이 스타를 관리하는 시대라 스타들의 부모는 바쁜 딸, 아들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지방 출신 스타들은 부모님 얼굴을 1년에 몇 번도 제대로 못뵙는다.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도 있지만, 바빠서 효도 못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며 눈물 흘리는 스타도 많을 듯하다.
오늘이 어버이날. 오늘 만큼은 바쁜 스타들이 부모님과 오붓하게 식사라도 같이 하도록 매니저들이 스케줄을 좀 배려해주면 어떨까? 안 그러면 조만간 스타의 부모들이 다시 로드로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김 영 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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