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접대받은 사람 공개해야＂

판공비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선물과 음식 등을 제공받은 개인의 이름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6부(이창구·李昌求부장판사)는 8일 참여연대가 “판공비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개인 정보 공개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해 개인의 사생활 등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민등록번호 기재 부분은 삭제하고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서울시는 공무원이 아닌 개인에게 시정 홍보 협조 인사 등의 명목으로 제공한 각종 선물과 격려금, 식대의 사용 내용 및 그 대상자들의 이름과 직책까지 공개해야 한다.

재판부는 “판공비 지출 항목은 그 용도가 공적인 업무에 제한돼 있고 기밀성을 띤 것이라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관련된 개인 정보 역시 공개될 경우 개인에게 명백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고도의 사적(私的)인 정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의적이고 방만한 정부의 예산 집행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감시를 보장함으로써 그 집행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출 대상자나 참석자 등 개인에 대한 정보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감으로 개인들이 시정 참여를 꺼린다거나 시 당국이 공개를 의식해 업무 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납세자의 알권리를 존중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판공비 관련 자료를 담합해 공개하지 않는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98년 11월 서울시에 대해 97년과 98년 판공비 내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내 지난해 6월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지출 대상자 개인의 정보 없이는 정확한 예산 집행 내용을 알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