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의 ‘좁은 문’을 뚫느라 지친 무용단체들의 하소연이다.
현대무용가 최상철은 “작품을 발표해야 하는 데 막상 공연을 올릴 무대가 없다”면서 “어쩔 수 없이 ‘길거리 무용’이라도 해야 될 형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어떤가? 문예진흥원이 지난해 8월 발행한 ‘문예연감’에 따르면 99년 한해 동안 벌어진 무용 공연은 1938건. 아직 공식 집계가 안됐지만 2000년과 올해에도 비슷한 수치의 공연이 치러질 것으로 추산된다.
비교적 싼 대관료와 700여석 규모로 임대 경쟁률이 가장 높은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은 7월부터 12월까지 7건의 무용 공연이 확정됐다. 이 기간에 대관 신청한 공연 건수는 47건으로 6.7대 1의 경쟁률이었다. 춤 공연의 속성상 대부분 600석에서 800석에 이르는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675석)은 올해 15건중 14건의 대관이 확정돼 비교적 문턱이 낮았다. 하지만 한 무용가는 “예술의 전당은 대관료가 비싸고 대관일도 지나치게 짧아 무용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등 3개 단체의 공연을 빼면 모두 하루 또는 이틀짜리 공연이다.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은 “한편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무용 공연에서 장기공연 없이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무용계 일각에서는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 외에도 뮤지컬 전용극장을 추진 중인 연극계와 비교할 때 무용계의 현실은 한심한 수준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용계의 한 인사는 “한해 2000건의 공연이 진행되는 데 전문 공연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기적’같은 일”이라며 “언제든지 무용을 볼 수 있는 전용극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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