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일본인 강타자 스즈키 이치로(28·시애틀 매리너스)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95년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던 ‘노모 열풍’에 이은 폭발적인 ‘이치로 강풍’이다.
이치로는 7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안타 제조기’. 하지만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다들 반신반의했다. 동양인 타자는 미국 무대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수준을 능가했다. ‘저러다 말겠지’ 하던 4월을 지나 5월 들어서도 그의 방망이는 식지 않고 있다. 시애틀의 톱타자 겸 우익수로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0(172타수 62안타) 2홈런 11도루. 타율은 아메리칸리그 4위이고 62안타는 양 리그를 통틀어 최다. 그는 14일 토론토와의 경기에서도 4타수 3안타 3득점의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19경기 연속안타로 토론토의 호세 크루즈와 함께 올 시즌 최다연속안타 행진. 이치로를 영입해 ‘횡재’한 시애틀은 덕분에 28승9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치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그가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라는 점.
먼저 타격에선 150㎞대의 배트 스피드로 투수들을 공략하고 있다. 150㎞대의 배트 스피드는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게리 셰필드 같은 최고 타자들과 비슷한 수준. 그는 이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크게 흔들던 오른쪽 발을 미국에 건너간 뒤 땅에 붙였다.
다음은 타격 후 2.5초 내로 1루에 도달한다는 빠른 발. 이 발로 웬만한 내야땅볼을 치고도 안타를 만들어낸다. 도루도 11개로 팀 내 1위. 고교시절 투수 출신인 이치로는 미국 선수들 못지 않은 강한 어깨로 상대 주자를 잡아내는 능력 또한 뛰어나 팀 내 효용가치가 높다.
이치로의 기록 가운데 주목할 점은 삼진과 볼넷이 적다는 점. 삼진 10개, 볼넷은 4개에 불과하다. 이는 공을 맞혀내는 재주가 뛰어나고 1번 타자임에도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치로의 대활약에 일본에선 ‘난리’가 났다. TV에선 시애틀 매리너스의 전 경기를 중계하고 있고 신문들도 연일 대서특필. 요즘 일본인들 사이에선 “어제 이치로 경기 봤어?”가 아침인사가 돼버렸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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