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일 당권 대권 분리론에 대해 긍정적 사인을 보냈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논의의 공론화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권 전 최고위원을 비난하면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가지 시나리오▼
내년 전당대회와 관련해 동교동계 핵심들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시나리오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정계개편을 통해 ‘민주당+자민련+α’의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 1월 당권 전당대회는 ‘DJ 명예총재-JP 총재-실무형 대표’ 체제의 당권 구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대권 당권 분리도 이뤄지며 7∼8월 대권 당권대회에서 선출된 후보는 ‘시어머니들’로 인해 역대 어느 대선 후보보다 당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대통령의 거취와도 관계된 일이어서 동교동계 내부에서조차 극도로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상황.
두 번째 시나리오는 권 전 최고위원의 언급으로 가시화된 대권 당권 분리론으로, 정계개편과 신당창당이라는 변수를 배제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교동계 당권 장악→호남세력 중심 결집→지방선거 승리→후보 선출→대선 승리’라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이 경우의 당권구도를 집단지도체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지도체제로 갈 경우 투표로 뽑힌 대표가 총재에 버금가는 힘을 누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나리오를 택하든 대권과 당권의 분리가 전제돼 있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선구도를 정리하겠다는 동교동계의 의지가 담겨 있다.
▼대선주자 반응▼
대다수 대선 예비주자들은 권 전 최고위원의 2단계 전당대회론에 대해 찬반의사 표명을 삼간 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측은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만 말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측은 무엇보다 권 전 최고위원의 2단계 전당대회론이 김 대통령의 의중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내년에는 두 번의 선거와 월드컵, 부산 아시아경기 등 국민적 행사가 줄줄이 이어질텐데 전당대회를 두 번씩이나 치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만이 “차제에 당내에서 공론화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아직 때가 아니다”는 기류가 더 강하다.
▼반발 움직임▼
동교동계의 당권 대권 분리론 제기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당내 그룹은 ‘월요회’로 불려온 초선의원 13인 모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동교동계 퇴진을 요구했던이들은다시집단행동을 모색하고있다는 후문.
이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특정 개인이 당의 진로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대다수 의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결국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