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기능 회복 무엇보다 절실▼
미경이처럼 가출 청소년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가출하지만 그 후에는 습관적으로 가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부모들은 자녀가 왜 가출하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지 친구를 잘못 만나서, 또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아서 가출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비록 충동적으로 가출했다고 해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집을 나간 것이다.
과거의 청소년 가출은 스스로 자유나 쾌락을 찾아서 집을 나가는 ‘유흥형 가출’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삶의 터전인 가정이 경제적으로 무너진 경우가 많은데다 부모의 폭력과 음주, 이혼 등으로 사실상 집에서 내몰려 가출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적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다가 끝내 가출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은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탈출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가출 청소년의 가출 동기를 보면 ‘집이 싫어서’라는 가정환경 요인이 75%나 됐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 이해부족, 폭행이나 학대, 어려운 가정형편 등이 청소년의 가출 충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출은 청소년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버림받았다는 점에서 가정과 사회의 희생자이다. 따라서 청소년 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70여만명, 현재 가출 중인 청소년은 10만여명에 이른다. 또 10명 중 7명은 가출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청소년에게 바깥 세상은 두렵기만 하다. 갈 곳도, 잘 곳도, 돈도 없고 마땅히 일할 곳도 없다. 이들이 집을 나와 잠자는 곳은 친구집, 친척집, 길거리, 빈집, 공터, PC방, 만화방 등이다. 일단 가출하면 배고픔과 추위, 질병, 불안감 등 의식주 문제에 따른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어른들의 비난 어린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가출은 ‘교출(校出)’이라는 말이 있듯이 학업 중단이나 중퇴로 이어지고, 가스나 본드 흡입 등 약물남용이나 앵벌이, 폭력, 절도 등의 비행을 배우게 되며 밤거리를 배회하다 향락산업에 유입되기도 한다.
경제위기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혼란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정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청소년 가출에 대해 부모가 모든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보다는 가족의 기능을 보완해주고 집을 답답하게 느끼는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사회체제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가출’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가 포용하고 끌어안아 주는 분위기와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부모에 모든 책임 돌리지 말길▼
청소년 가출에 대한 대책은 가출 청소년이 일시적인 방황을 끝내고 가능한 한 빨리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적응을 도와 재가출을 방지하는 것이다. 가정으로의 정상적 복귀가 어려운 경우에는 사회가 이들을 수용해 자립과 재활 능력이 생길 때까지 보호하고 지원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 YMCA 청소년쉼터는 가출청소년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나쁜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머물 곳을 제공하면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는 구호보다 실천이 더 절실한 단계에 와 있다. 가출은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속한 가정과 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박금혜(서울 YMCA 청소년쉼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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