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먼지의 역사라 할 만한 이야기가 한 두 개쯤은 있을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 사우스웨스트 주립대에서 지성사와 문화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이렇게 이 세상의 ‘먼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난히 깔끔해서 먼지와의 치열한 전쟁을 수시로 치르곤 했던 어머니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먼지를 통해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은 벌레의 파편, 사람 피부의 각질 부스러기, 섬유 보푸라기 등 갖가지 불쾌한 물질들로 이뤄진 집 먼지. 그 안에는 먼지보다 더 골칫덩어리인 진드기가 산다. 진드기는 집 먼지에 섞여 있는 피부 각질을 먹고 살면서 하루에도 스무 번씩 배설을 하고 3주마다 새로운 자손을 번식시킨다. 아무리 깨끗한 곳이라 해도 1㎤의 공기 안에 400개가 훨씬 넘는 먼지 티끌들이 존재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이 먼지와의 싸움을 본격화한 것은 산업화 초기 단계였던 19세기 영국사회였다. 공중위생학자들은 먼지와 질병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 단언했고, 산업보건학자들은 먼지가 광부나 산업 노동자에게 나타나는 일련의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해 냈다.
19세기 말 서구사회는 대대적인 먼지 청소 및 소독 작업에 나섰다. 20세기 전반 서구 문명은 세균의 공포에 휩싸였고, 20세기 후반이 되자 이런 공포는 방사능 환경오염,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다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변했다.
그러나 먼지는 단지 ‘더러운 적’이 아니다. 20세기의 과학은 먼지 미생물 원자 등과 같이 사람들의 육안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극소의 세계에 무한한 우주가 있음을 알려줬다.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크고 작음을 평가하던 인간들로서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저자는 이 ‘극소’의 세계에서 새로운 상상력의 가능성을 점쳐 본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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