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 단장이 정색을 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는 22일 “중소기업인들 모임에서 한 기업인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얘기하면서 ‘예전에는 40대 기수론이라는 것도 있지 않았느냐’고 한 발언을 소개한 것인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취지나 실현가능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40대 기수론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선 현재 여권의 집안 사정이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3월 이후 민주당 지지도 하락과 함께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 김중권(金重權) 대표 등 당내 대선예비주자들의 지지도가 동반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40대 기수론은 여권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대세론을 차단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대항마’를 찾기 위해 얼마나 부심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0대 기수론은 또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가 지난주 인터넷 정치 뉴스사이트인 ‘이윈컴’과의 인터뷰에서 제기했던 ‘3김 및 3당 연합의 세대교체후보론’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40대 기수론에 있어서의 ‘40대’는 단순히 산술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현재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대부분 60, 70대인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젊은 리더십’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도 여권 관계자들이 40대 기수론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권 내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92년 민자당 후보경선 때는 이종찬(李鍾贊)후보측이 김영삼(金泳三)후보를 겨냥해 ‘세대교체론’을 제기했었고, 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를 거론했었다.
따라서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40대 기수론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이들은 이회창 총재가 내년에 67세가 된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
이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40대 기수론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40대 예비주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올해 49세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와 48세인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정도뿐인데다, 현재와 같은 정치풍토에서 대권주자는 하루 아침에 급조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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