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잘못된 배서라도 실수 입증땐 어음금 지급해야＂

어음에 배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어음의 전달과정이 입증됐을 경우 어음소유자에게 어음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 4부(민일영·閔日榮부장판사)는 23일 "김모씨가 어음배서 실수를 이유로 어음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음 발행인 서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했던 1심을 깨고 "서씨는 김씨에게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씨에게서 어음을 받은 한모씨가 김씨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하면서 실수로 배서인란과 피배서인란의 이름을 바꿔 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어음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1, 2차 수취인과 배서인간의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어음의 흐름이 증명된 이상 발행인은 최종적으로 어음을 넘겨받은 사람에게 어음금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어음발행인인 서씨에게 어음을 제시했으나 서씨가 피배서인 이름이 1차로 어음을 넘겨받은 한씨로 돼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자 지난해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