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2월 김영삼(金泳三) 정권의 초대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박희태(朴熺太·현 한나라당 의원) 전장관은 자녀의 대학 특례입학 사건으로 재임기간 열흘을 못넘겼다. 현 정부 들어서는 김태정(金泰政) 전장관이 99년 5월24일 검찰총장에서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가 진형구(秦炯九) 당시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파문으로 16일만에 물러났다.
5공 초기 정치근(鄭致根) 전장관은 이철희―장영자 거액어음사기 사건과 관련, 임명 한달만인 82년 6월 불명예 퇴진했고 제12대 이병하(李炳夏)장관은 61년 5월3일부터 15일간 재임했다. 이밖에 제15대 장영순(張榮淳)장관 등 5명이 5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김영삼정부 시절 단명 장관(급) | ||
이름(직책) | 임명일퇴임일 | 사퇴 이유 |
박희태법무 | 93.2.2693.3.8 | 자녀 편법 대학입학 |
허재영건설 | 〃 | 과거 공무원시절 비위 의혹 |
박양실보사 | 〃 | 부동산 투기 의혹 |
김상철서울시장 | 93.2.2693.3.4 | 불법 그린벨트 훼손 의혹 |
이성호보건복지 | 96.8.996.11.13 | 산하단체 관련 부인 비리 |
안광구 통상산업 | 96.12.2097.3.5 | 한보사태 관련 행정적 책임 |
김대중정부 출범후 단명 장관 | ||
이름(직책) | 임명일퇴임일 | 사퇴 이유 |
주양자보건복지 | 98.3.398.4.28 | 부동산 투기 의혹 |
김태정법무 | 99.5.2499.6.8 | 옷로비 의혹 사건 |
손 숙환경 | 99.5.2499.6.24 | 연극공연 격려금 2만달러 수수 |
송 자교육 | 2000.8.72000.8.30 |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로 시세차익, 한국 국정 편법 취득 시비, 저서 표절 논란 |
법무부장관이 단명하는 이유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다른 장관들에 비해 요구되는 도덕성 청렴성 또는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부 소관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검찰조직과 업무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인 만큼 엄격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법무부장관의 제1덕목이라는 얘기다.
검사들은 이런 논리로 볼 때 정치인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사는 “안 전장관 사태도 정치인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인사의 원초적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그가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사무실에서 상식 이하의 ‘충성문건’이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이 검사는 말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법무부장관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있는 만큼 상징적으로라도 정치성이 배제된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