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프로스트가 詩쓰던 소박한 농장

  • 입력 2001년 5월 23일 19시 06분


96년 여름, 우리 부부는 미국 뉴햄프셔주로 여름 휴가를 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집필장소로 이용했던 농장이었다.

노랑나리꽃으로 둘러싸인 프로스트의 농장에 갔을 때 그곳 창고를 지키는 처녀에게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없느냐고했더니 씩 웃으며 하루에 스무명 정도만 찾아온다고 했다. 그것도 먼 나라에서 일부러 찾아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단풍 든 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난 두 길을 다 갈 수 없는 나그네…/오랜 세월이 흐른 날/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어/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노라고/나는 한숨 지으며 말하게 되리라/그것이 나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가지 않은 길’ 중에서)

그의 말대로 인생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그는 시밖에 쓰지 않아 한평생 가난하게 살아서 지금의 농장밖에는 남아있는 게 없다. 그러나 프로스트의 집은 풀까지 딸린 거대한 저택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을 보았을 때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난 그 곳에서 산 바람속에서 산새들과 들쥐들과 살며 그것을 시로 노래했던 프로스트를 만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서 있던 프로스트의 청빈한 집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맛보았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문명이 아닌 자연이며 사치가 아닌 소박함이라는 것이었다.

오 은 주(43·주부·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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