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사이즈 전략. 할리우드 역사상 최대의 프로모션 이벤트로 꼽힌 이 행사는 영화 한 편의 개봉 때문에 열린 행사치고는 규모가 너무 컸다. 건물 17층 높이의 거대한 항공모함 위에 B-25 폭격기와 P-40 전투기를 실어놓고 무려 6시간 동안 열렸으며, 여기에 500만 달러의 돈을 들였다.
외신이 전하는 ‘진주만’의 미국내 마케팅비용은 7000만 달러, 해외 마케팅비용은 5000만 달러다. 제작비도 1억4500만 달러이니까 제작부터 마케팅, 배급을 모두 대규모로 진행해 짧은 기간 동안 최대 이익을 뽑아내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둘째는 이데올로기 전략. 60년 전 공습을 당했던 바로 그 자리의 군함 위에서 열린 이 행사는 외국인 참가자들에겐 한없이 지루했지만, 미국인들에겐 절절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자리였다.
행사 사회자가 “영화가 끝나도 바로 일어나지 마라”고 신신당부하며 예고한 ‘깜짝 행사’는 진주만 공습 당시 생존자들, 참전용사들, 심지어 당시 간호사였던 노인들까지 불러내 기립박수를 쳐주는 것이었다.
반면에 인터뷰 자리에서 외국기자들과 만난 ‘진주만’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진주만’이 오락영화이며 러브 스토리”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흥행 수입의 3분의2를 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요즘, 미국 역사에 별 관심 없는 외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CNN 보도에 따르면 ‘진주만’의 일본 개봉판은 일본인들을 자극할 만한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상영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크게 판을 벌여 단기간에 ‘싹쓸이’를 노리는 한편, 소비자 기호에 맞추기 위해서는 제품 수정까지도 불사하는 방식이다. 이쯤 되면 ‘진주만’은 전통적 개념의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상품’ 또는 ‘이벤트’라고 부르는 게 더 격이 맞을 듯하다.
간신히 투자금을 모아 제작했으나 뜻밖에 대박을 터트린 한국영화 ‘친구’의 ‘예기치 않은 성공’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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