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준비중인 문화행사는 각종 공연 전시 등 120여건. 주로 2002년 3∼6월에 열린다. 5월30일 서울에서 열리는 개막 전야제와 5월31일 개막식 행사가 그 절정이지만 개막식 행사는 관례상 당일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2002 월드컵 문화행사는 △세계평화와 인류화합 △한일 공동개최에 따른 조화와 화합의 메시지 전파 △한국문화의 독창성 부각 △개최도시의 특성을 살린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문화예술행사 △문화와 관광의 연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 싣는 순서▼ |
1. 월드컵 준비의 불안 2. 인프라 구축의 현주소 3. 월드컵 열기와 문화의식 4. 흑자 월드컵의 고민 5. 공동 개최의 문제해결 6. 월드컵 개최 이후 |
일본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문화행사 프로그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라디오단파 제1방송이 6월2일부터 신설하는 ‘코리아 핫 인포메이션’ 코너, 아사히신문의 ‘히라야마―김흥수전’, 도쿄신국립극장의 한일 공동연극 ‘빛의 수도’, 일본음악산업문화진흥재단의 ‘월드컵 응원가 한일공동음반 제작 기념공연’ 등이다.
그러나 지방 개최도시의 자체적인 문화행사는 아직 아이디어 단계다. 요코하마시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초나 되어야 구체적인 행사 계획이 서고 예산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대체적인 윤곽을 정해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조직위와 국공립문화예술기관 주도로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 전시는 40여건.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국의 풍속화’,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 ‘한국근대미술 100선’, 국립극장의 ‘세계전통연희대축제’, 국립국악원의 ‘종묘악의 밤’, 예술의전당의 ‘도이치오퍼베를린 오페라 발레공연’, 국립발레단의 ‘해외유명안무가 초청 공연’, 세종문화회관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초청 내한공연’ 등.
조직위 관계자들은 특히 개최도시의 문화행사가 각 지방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서울의 경우 21세기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컨셉트로 ‘세계의 타악기―서울 월드드럼 페스티벌’ 등을, 부산은 최첨단 해양항만도시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부산국제영화페스티벌’을, 대구는 문화예술패션의 도시라는 개념으로 ‘대구섬유박람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전주 인천 수원 서귀포도 각 도시의 이미지에 맞는 문화행사를 마련한다.
그러나 지방 개최도시의 문화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재정 문제. 조직위측은 도시당 문화행사 비용을 60억원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국고 지원이 2억원,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달 가능한 재원이 평균 30억원 정도여서 도시별로 30억원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예산부족을 해결할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 지역의 문화행사가 그 지방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장협 월드컵조직위 행사기획부장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아이템을 조정해 왔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의 문화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세련된 문화행사를 연출하기엔 지방의 문화인력만으론 부족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 이와 관련, 중앙 국공립 문화단체의 인력과 노하우를 지원하는 한편 중앙 문화단체의 지방 순회공연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한일 공동문화행사가 적다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 또 이번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 자존심 대결의 장이라는 점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문화행사를 기획 연출해야 한다.
월드컵문화행사 전문위원장을 맡아 자문해 주고 있는 윤재근 한양대교수는 “한일 양국이 상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서양인들은 동아시아의 문화 하면 중국과 일본만을 떠올려 왔는데 이번 월드컵 문화행사는 이런 편견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16강도 중요하지만 실속 있는 문화월드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연 전시만이 문화월드컵의 전부는 아니다.
성숙한 시민 의식 자체가 중요한 문화상품이다. 우리 것을 부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경기 관전 질서와 공연 전시 관람 매너를 가다듬어 한국의 경기, 한국의 문화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뜻 있는 사람들은 지적한다. 윤 교수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문화이고 문화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