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는 27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1000여명이 참석한 의원회의에 들어간 데 이어 29∼30일 외무장관 회담, 6월 7∼8일 국방장관 회담,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벌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회원국 확대 등 ‘동진(東進)정책’, 유럽의 독자적인 방위군 창설 문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문제 등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국 확대〓리투아니아 빌나에서 개막된 의원회담에서는 유고슬라비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9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2개 회원국으로 출발한 NATO는 1999년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주요 회원국이던 체코 폴란드 헝가리를 받아들여 지금은 19개 회원국으로 확대됐다. NATO는 동쪽으로 범위를 더욱 넓히는 ‘동진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있다. 구 소련의 일원인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등이 NATO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NATO는 이번에 경제수준과 군사력 등 회원국 가입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16개 준회원국에 대해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NATO가 확대될 경우 자신이 고립될 것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NATO의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상과 역할을 놓고 회원국간에 적지 않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에 대한 유럽의 불만이 크다.
유럽은 NATO의 조직이 커지면서 유사시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사실상 미국이 작전권을 주도함으로써 NATO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체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은 과거 독자적인 분쟁해결능력이 없었던 서유럽동맹(WEU)이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기능을 보완해 별도의 조직과 작전능력을 갖춘 신속대응군을 2003년까지 창설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유럽의 이 같은 독자적인 움직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MD체제 논란〓이번 NATO 회담에서는 MD 체제 구축 문제를 놓고 이를 추진하려는 미국과 저지하려는 러시아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NATO 회담을 MD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동맹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장(場)으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비회원국이면서 사상 처음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막된 NATO 외무장관 회담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면서까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전을 펴고 있다.
회담에 참석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MD체제 구축과 NATO의 동진정책은 국제적인 긴장을 고조시켜 유럽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NATO는 미국의 MD 체제 구축 계획에 대해 현 단계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고 대신 미국과 실질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AP통신이 입수한 NA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NATO 이사회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NATO는 미국측의 주장과는 달리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NATO 동맹국들에 대한 ‘공동의 위협’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다.
성명서 초안은 대신 NATO는 MD 문제를 포함해 미국의 전략적 검토사항에 대한 협의를 갖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NATO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해 성명서에 ‘공동의 위협’이란 표현을 포함시켜 줄 것을 동맹국들에 요청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이 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