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두뇌도 중독된다

  • 입력 2001년 5월 29일 19시 16분


최근 미국 남가주대(USC) 의대 마크 조지 교수팀은 알코올과 뇌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알코올 중독자와 일반 음주자에게 알코올 음료(맥주, 와인)와 비알코올 음료(커피, 소다수)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이들의 뇌 변화를 조사한 것.

실험 결과 일반 음주자의 뇌는 거의 반응이 없었지만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술의 사진에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뇌에 미치는 알코올 중독의 강도와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약물 치료와 함께 심리적 행동치료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알코올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알코올 중독은 뇌의 어느 부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최근 의학계는 알코올 중독이 장기간 알코올에 노출된 뇌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고 그 과정과 대책을 캐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몸안으로 들어온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액을 타고 간에 도착해 ‘최종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과음으로 ‘처리 용량’을 초과한 알코올은 온 몸의 핏줄을 타고 돌면서 뇌나 심장 등 다른 장기를 공격하게 된다.

뇌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방어체계가 있지만 지용성 물질인 알코올 앞에선 무용지물.

알코올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뇌의 신경세포의 막을 서서히 녹이면서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 과정을 교란시킨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간의 ‘정보교환’이 제대로 안되는 취한 상태가 된다. 특히 대뇌 옆부분 관자엽(측두엽)의 기억회로가 알코올로 인해 장애가 발생할 경우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일이 생긴다.

▽알코올 중독은 왜 생기나〓알코올 중독의 정확한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현재로선 장기간 알코올에 노출된 뇌의 변화가 주원인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알코올과 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은 뇌로 하여금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천연 마약’으로도 불리는 도파민은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장기간 알코올을 남용할 경우 뇌에서 갈수록 지속적이고 강력한 ‘쾌감’을 요구하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 이로 인해 뇌는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코올에 대한 무한 욕구를 만들어내 술을 더욱 마시게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 알데히드가 신경전달물질과 반응을 일으켜 생기는 물질이 아편계통의 약물과 비슷한 작용을 일으킨다는 가설도 제시되고 있다.

▽최선의 치료법은?〓원인이 불확실한 만큼 단기간에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특효약은 없다. 우선 금주를 시도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 이때 여러가지 금단 증상이 나타나므로 반드시 담당의사나 의료기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 시판된 ‘날트렉손’과 ‘아캄프롤’을 이용한 약물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약물들은 알코올로 인해 변화된 뇌의 상태를 안정시켜 환자들의 음주 욕구를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재발률이 높아 선진국의 알콜중독 치료기관들은 가급적 이같은 약물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최근 미국의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현재로선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들이 심리상담 및 그룹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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