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日지식인의 역사왜곡 비판서 '신의 나라는 가라'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34분


◇신의 나라는 가라/우에스키 사토시 외 지음, 이충호 옮김/

174쪽/ 7000원/ 한길사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우리정부가 왜곡 부분 35곳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시정을 요구한데 이어 유네스코에서도 왜곡 시정을 촉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검인정을 거친 교과서 내용을 수정토록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전범 등의 위패가 봉안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더 이상 문제삼아서는 안된다고 강변한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총리 등의 역사인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이 문제가 일본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번역 출판된 ‘신의 나라는 가라’는 일본인 스스로 역사 왜곡의 문제점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에스기 사토시(전쟁책임자료센터 사무국장), 기미지마 가즈히코(도쿄가쿠에이대 교수), 고시다 다카시(가쿠슈인대 겸임강사), 다카시마 노부요시(류큐대 교수) 등 4명의 필자는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약칭 새역모)의 실태와 의도, 이들이 만든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내용 등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새역모는 황국사관(皇國史觀)을 바탕으로 그동안 평화헌법을 통해 지켜온 교육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파시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우익운동이 역사교과서 왜곡의 뿌리라는 것이다. 또 새역모는 ‘과거의 사실을 엄밀하고 정확히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사는 과학이 아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게 우에스기 국장의 분석이다. 이들은 또 “새역모의 역사관은 황국사관적 역사관을 강조하는 한편 한중(韓中)멸시사관과 반미사관을 전개해 국제적으로 고립사관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역모는 교과서 왜곡을 통해 일본을 무조적 찬미 미화해 학생들에게 국가에의 귀속의식, 천황에 대한 경애심, 봉사와 헌신에 바탕을 둔 배타주의적 국가주의를 심어주려 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지식인 중에도 역사를 바로보고 우익인사들의 역사왜곡 시도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려 할 때도 많은 일본인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일본이 역사왜곡을 시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한 일본의 팽창주의 물결이 또다시 한반도에 밀어닥칠 위험성은 상존한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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