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프랑스의 눈에 비친 '먼나라 한국'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41분


◇착한 미개인 동양의 현자/프레데릭 불레스텍스 지음/이향·김정연 옮김/336쪽 1만2000원/청년사

프랑스라는 ‘타자(他者)’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그 정체성은 둘의 만남이 시작된 이래 어떤 모습을 띠었을까? 비교문학자로 16년간 한국에 거주한 저자 불레스텍스는 외국의 눈에 비친 한국의 ‘정체성’을 자신의 학문적 과업으로 정했다. 이 책은 13세기 프랑스와 한국의 첫 만남에서 시작, 계몽주의 시대 문인들의 작품에 나타난 한국, 20세기 초 격동기에 프랑스 언론에 비친 한국의 모습 등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본 한국의 정체성’을 통사적으로 개괄한 연구서다.

이 책에서 ‘이미지’는 저자가 채택한 중요한 화두이다. 이미지는 오늘날 개인, 국가, 국제관계는 물론 문화권을 연구하는데도 중요한 방법으로 대두됐지만 아직 우리 학계에서는 충분히 연구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책은 한국학 발전의 중요한 학문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가 충분히 인식하듯 한국과 프랑스의 최초의 만남은 이념적인 것이며, 프랑스에서 한국은 이미지였다. 훗날의 일시적 교류들은 이렇게 고착된 이미지를 일부 변화시키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이미지’야말로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보다 사실적이며 지속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이미지 분석에서 저자가 채택하는 또 다른 핵심어는 ‘양면성’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한국 이미지가 ‘야만성과 문명화’로 대표되듯 시종일관 양면적이며 이중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시공적으로 분열된 많은 역사의 파편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려는 과욕에서 나오지는 않았을까?

저자의 견해와는 달리 이미지란 양면성 혹은 다면성을 위축시키고 하나의 선입관으로 고착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프랑스의 한국 이미지는 오히려 오랫동안 획일적이었다. 한국에 대한 근대 유럽의 지배적인 이미지는 ‘조공’이라는 동아시아적 국제질서와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노일전쟁 그리고 한국전쟁 등 일련의 전쟁을 제외한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가 이러한 자료와 주제에 집중했다면 프랑스에서 전개된 한국 이미지의 실체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미지를 연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중심부와 주변부가 아닌 양자의 경계선에서, 즉 ‘중심이탈과 거리두기’를 통해 객관적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미완이지만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 서양인들의 한국 연구는 한국보다는 서양 자신에 관한 연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프랑스의 한국관은 왜곡되고 굴절 될 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의도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국이라는 타세계를 통해 스스로 발전해 가는 프랑스의 모습,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인들의 한국 이미지가 어떻게 그려져 왔는지를 이해함으로써 보다 진실된 한국의 모습을 구명(究明)하려는데 있다. 이러한 연구의 방향이야말로 이 책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성화(명지대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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