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2001년 올해의 베스트 추리소설;오해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53분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370쪽 9000원 태동출판사

지난 1년간 발표된 단편 추리소설 중 수작 13편을 모았다.

추리소설의 백미라면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기발함과 막판 반전의 묘미다. 파란 장미를 개발하고 소스를 공개하려다 살해된 범인을 밝히는 장근양의 ‘파란 장미’, 김훈 중위 사건을 모티브로 JSA 예하부대 소속 중위의 죽음의 의문을 파헤치는 유우제의 ‘K중위의 죽음’은 이같은 정공법을 구사한다.

추리소설의 기민한 현실대응력을 보여주는 작품도 여럿 눈에 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편싸움을 하던 한 젊은이가 독살된 과정을 그린 이상우의 ‘스타크 살인사건’, 전생에 대한 관심을 밀실살인이란 모티브로 풀어간 이승영의 ‘욕정과 전생의 비밀’, 비밀 도박장을 배경으로 죽음도 게임처럼 여기는 인간군상의 작태를 담은 최종철의 ‘E-비즈니스의 여왕’ 등이 그런 예다.

특히 추리소설의 정형화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주목된다. 첫머리에 실린 황세연의 ‘농담’은 자신을 왕회장의 범인으로 유도하는 작가의 삐딱한 시선이 유쾌한 블랙코미디를 닮았다. 한순간의 불장난이 한 가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이수광의 ‘덫에 걸린 여인’은 밀도있는 필체로 인해 본격 단편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독자의 관심은 수 년간의 침묵을 깬 추리소설의 ‘대부’ 김성종씨의 신작 ‘오해’로 모아진다. 유부녀와 두 아이가 몰살된 살인사건을 파헤친 이 작품에서 더딘 듯하면서도 빈틈없는 추리력으로 미스터리를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남성을 선호했던 작가가 이번에는 사건을 해결하는 강력반장으로 여성을 설정한 변화가 눈에 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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