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공을 피해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 수현이(가명·9·여)는 엉뚱하게 공을 쫓아다닌다. 수현이는 청각장애 1급에 자폐증상을 보이는 중증장애 학생. 단짝 친구 예슬이가 잽싸게 달려가 수현이에게 큰 소리로 손발짓을 섞어 설명하지만 수현이는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이번엔 미진이가 다가와 서툰 수화로 설명해준다. 친구들의 거듭된 설명에 겨우 게임규칙을 이해한 수현이는 엷은 미소로 고마움을 전한다.
청운초등학교는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장애인 학교인 서울선희학교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선희학교 청각장애 어린이 50명이 한 반에 2∼3명씩 나뉘어 청운초등생과 합반수업을 받는 것.
이 학교는 올해로 통합교육 6년째를 맞이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게 통합교육의 가장 큰 효과. 6학년 이수아양(12)은 “처음에는 듣지 못하니까 공부도 못하고 달리기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요…. 이제는 장애인도 우리랑 똑같다는 것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6학년 담임 김명자(金明子) 교사는 “아이들은 적응이 더 빠른 것 같다”면서 “처음은 서먹해하던 아이들도 일단 친해지면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교육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청운초등학교 하조소(河兆昭) 교장은 “통합교육은 장애우(友)에게는 자신감을, 비장애우에게는 분발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