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 입학한 직후에 자신이 만든 ‘살모(殺母)’라는 노래가 그것. ‘…고통없는 죽음이 뭔지 내가 보여주겠어/ 널 죽이겠어….’ 자신이 살아온 세상 모두를 어머니로 표현했다지만 제목이나 가사가 섬뜩할 정도다.
그는 그러나 다음 순간 자신이 만든 30곡의 노래 가운데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만든 아침해를 다시 되뇌여 보며 칠흑같은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기쁨과 안도감에 젖어든다.
‘매우 밝은 햇살에 네 사진을 비춰/ 그 선광은 내 마음을 적셔/ 나를 울려∼.’
김군은 97년 수도권의 H고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다닌다는 이유로 중벌을받자 “이렇게 꽉 막한 학교는 못다니겠다”며 3개월만에 뛰쳐 나왔다. 그 후 S외국인학교로, 또다른 S고교로 전학을 갔지만 각각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지난해 양업고에 입학했다.
양업고는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안에서 숨막혀 하는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이른바 ‘대안학교’.
이 학교의 교육 방침은 일견 배치돼 보이는 ‘자율’과 ‘관심’. 학생들은 머리를 기르고 염색한다. 학교측은 테마여행 현장학습 교과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만 참여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사들이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랑을 쏟는다.
이 학교 조현순(趙賢順)교감수녀는 “10대는 어떤 의미헤서는 모두 ‘문제아’요 ‘부적응아’라고 할수있다. 그들은 기존 학교의 교육방침에 동의하지 않는 ‘저항아’다.”고 말한다.
김군은 여기서 문제아가 아니다. 그저 스티비 원더(맹인 팝가수)를 좋아하며 컴퓨터 뮤지션을 꿈꾸는 끼있는 학생일 뿐이다. 그는 학교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 반 이후 자정까지 학교측이 마련한 특별활동방에서 컴퓨터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여 부른 후 저장한다.
입학 직후에는 분노에 휩싸여 반항도 했지만 눈높이를 맞추려 욕설도 같이하는 교사들과 곧바로 친해졌다. 이 때문에 1학년 때에는 2주간 집으로 도망쳤다 학교가 그리워 제발로 돌아왔다.
그는 “사람과 자연이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영혼이 담긴 노래를 만드는 뛰어난 음악인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청원〓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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