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상선 영해침범]북한 "김정일 장군이 개척한 항로"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29분


북한 상선 3척이 우리 영해를 무단 침범해 제주해협을 통과한 것은 최근 남북간의 미묘한 시기를 틈탄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군당국의 대응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북측 의도는?〓북측 선박들은 해군과의 교신에서 “상부에서 내린 지시대로 제주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남측 해군의 조치는 부당하다”(영군봉호) “(제주해협은) 김정일(金正日)장군님이 개척하신 통로”(청진2호)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행동이 의도적인 영해 침범임을 분명히 한 것.

북측은 일단 항로와 시간을 단축하려는 경제적 의도에서 제주해협 통과를 강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 외곽을 돌 경우 600㎞ 가량 항로가 늘어나고, 시간도 (시속 22㎞ 항해시) 27시간 정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군의 대응은 적절했나?〓해군은 북한상선 발견 직후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라 인근 초계함과 경비함을 출동시켜 통신검색을 통해 선적(船籍), 항로, 승선인원, 적재화물 등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영해 밖으로 나갈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르면 정전상태의 북한 선박은 ‘임검 및 나포’도 가능하다. 정선명령을 내리고 우리 군이 직접 승선해 무기나 유해장비 선적여부를 조사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나포할 수 있다.

합참 관계자는 “선박을 나포하려면 오염물질 배출, 해저수심 측량, 해상케이블 설치 등 ‘위해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행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긴장?〓3일 오후 북한 상선 3척이 남측 영해를 무단 침범했다가 공해상으로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군 당국은 4일 새벽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특히 해군은 이날 오후 3시경 영해를 빠져나간 청진2호에 대해 군함 10여척을 동원해 에워싸다시피 하며 근접 감시작전을 계속했다. 청진2호의 목적지가 해주인 관계로 북상하면서 다시 영해를 침범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해주로 들어가는 항로는 서해 백령도 근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해 북측이 빈번히 NLL을 침범해왔고 99년 서해교전까지 발발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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