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부-한국은행, 콜금리 인하논쟁 뜨겁다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33분


“미국 경제 성장 둔화로 한국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으므로 추가 금리 인하 등 금융당국이 신축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장)

“5월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월(5.3%)보다 높은 5.4%로 나타나는 등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로서는 금리를 인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일 열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정부 및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및 금융계에서 콜금리 인하논쟁이 일고 있다. 정부와 KDI는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이 올들어 금리를 6.5%에서 4.0%로 2.5%포인트나 내린 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10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4.75%에서 4.5%로 인하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관계자는 “5월중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온 것은 지난해 5월중 물가가 0.1%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며 “6월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콜금리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은 콜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다. A금통위원은 “올해 원-달러환율을 달러당 1200원으로 예상하고 물가 및 경제전망을 세웠지만 이미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물가상승 압력이 강하다”고 밝혔다. B금통위원도 “콜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물가불안심리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C금통위원은 “내년에 경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수단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논쟁은 현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소비자 기업가 투자자들의 심리가 호전된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가 본격 회복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강봉균 KDI원장은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3.7%로 작년 4·4분기보다 나아졌지만 미국의 경제상황이 여전히 불안해 하반기 경기 전망을 섣불리 내리기 힘들다”고 지원 사격했다.

반면 전철환 한은총재는 “작년 4·4분기가 최악이었으며 지금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다”며 “4월부터 환율이 안정세를 나타내 물가 상승압력이 크게 줄었지만 유가상승 등으로 올해 물가억제목표인 4% 달성이 벅차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콜금리 인하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HSBC은행의 아시아지역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크 뉴턴(Mike Newton)은 최근 ‘한국경제 리포트(Korea:bumping along the bottom)’에서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하반기 이후 안정세를 되찾아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장영규 채권분석팀장은 “7일의 금통위에선 콜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달 하순에 임시 금통위를 열거나 7월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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