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명품 보석에 흘려서…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34분


며칠 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귀금속 명품 매장 앞. 쇼핑을 나온 회사원 김모씨(32)와 아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발단은 이랬다. 물건을 다 산 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백화점을 빠져나가던 김씨는 이상한 느낌에 옆을 돌아보고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 따라오던 아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20여분간 백화점을 헤맨 끝에 김씨가 아내를 발견한 곳은 귀금속 명품 매장 앞.

수천만원을 웃도는 시계, 보석이 즐비한 매장의 쇼윈도에서 넋을 잃고 있는 아내를 본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김씨.

“뭐해, 밥 먹으러 안가?” “조금만 더 구경하자.” “우리 형편에 이게 다 뭐야. 꿈도 야무지다.” “자꾸 이럴 거야? 결혼하면 물방울 다이아몬드 사준다고 했잖아.”

두 사람의 언쟁이 ‘위험 수위’로 치달을 때쯤…. 난데없이 ‘쿵’ 하는 소리에 놀라 옆을 돌아본 두 사람. 한 아가씨가 보석 구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쇼윈도에 머리를 들이받고 쓰러진 것이다. 아내는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와 슬그머니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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