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 예선에서 캐나다와 카메룬을 연파하고 4강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트루시에 감독의 용병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캐나다와의 1차전에서 전반 38분 수비수 우에무라 대신 투입된 스트라이커 나카야마가 후반 오노의 선취 결승골로 이어진 프리킥을 얻어내 승리의 첫 신호탄을 올렸다. 나카야마는 이어 그림 같은 센터링으로 모리시마의 헤딩 패스에 이은 니시자와의 추가골을 합작해냈다.
카메룬과의 2차전에서는 미드필더 모리시마 대신 깜짝 투입된 스즈키가 2골을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또 일본 축구 전문가들이 이날 만장일치로 선발 출장을 예상한 스토퍼 핫토리 대신 선발 출장한 나카타 고지는 절묘한 크로스 패스로 스즈키의 두번째 골을 합작해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신이 내린 점지력’이라며 트루시에 감독을 한껏 치켜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음 경기를 앞두고 앞다퉈 ‘족집게 따라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트루시에 감독의 이 같은 용병술은 철저한 ‘지피지기(知彼知己)’에서 출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루시에 감독은 캐나다전 초반 니시자와를 원 톱으로 세우고 수비를 두껍게 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이후 캐나다가 개막전 승리를 위해 총공세로 나서자 오히려 수비수 대신 공격수를 교체 투입하는 깜짝 용병술로 맞불을 놓았고, 결과는 공격에 치중하다 수비 허점을 노출한 캐나다의 완패였다.
카메룬전을 앞두고는 코너에 몰린 카메룬이 경기 시작부터 총공세로 나설 것이란 판단하에 캐나다전에서 맹활약한 미드필더 모리시마 대신 스피드와 체력이 좋은 스즈키를 투입했다. 카메룬의 수비 뒤 공간을 노린 것인데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수비력이 탁월한 핫토리 대신 나카타를 선발 출전시킨 것도 같은 맥락.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패싱력이 발군인 그를 이용해 카메룬 수비뒤 공간을 노린 것인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트루시에 감독의 성공은 결과론적이지만 주전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일본 축구가 두꺼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운도 따랐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트루시에 감독이 ‘공수 밸런스’를 찾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 초 일방적인 공격축구로 나섰다 완패를 당한 프랑스전과 극단적인 수비축구로 맞서고도 패한 스페인전이 보약이 됐다는 것.
그렇다면 일본에 한 발 늦게 프랑스전 완패를 경험한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가시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