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생보자' 故김선봉 할머니 생전에 장학금 기탁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37분


풀빵 장사와 채소 행상을 하며 모은 5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숨진 70대 생활보호대상 할머니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강원 동해시 삼화동에 살던 김선봉(金善奉·당시 75세)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15일 이웃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향이 이북으로 40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동해시에서 혼자 살아온 터여서 먼 친척이 시신을 화장해 줬다.

김 할머니의 죽음은 이웃 사람들의 뇌리에서 금세 사라졌지만 말동무였던 신금희(申錦姬·46)씨가 최근 김 할머니의 도장을 갖고 동해시청에 나타나면서 다시 관심을 끌게 됐다. 신씨는 “할머니가 죽음을 예상하신 듯 돌아가시기 3일 전 이 도장을 동해시청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동안 외지에 나가 있어 전달이 늦었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시청측은 지난해 4월 김 할머니가 찾아와 500만원이 든 적금통장을 맡기며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시청측은 “여생을 편히 사시는 데 보태 쓰시라”며 완곡히 거절했으나 할머니의 뜻이 워낙 간곡해 통장을 보관하고 있었다.

4일 동해시는 김 할머니의 통장에서 500만원을 찾아 동해시 향토장학기금에 넣었다.

주민들은 “김 할머니가 평소 ‘국가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으니 나도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동해〓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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