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최근의 주부 매춘은 주부들의 취업분야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타락상과 맞물려 있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녀 학원비 마련하려…"▼
▽늘어나는 주부 매춘〓올 3월경부터 서울 강남 모 호텔의 남성전용 증기탕에서 ‘때밀이’로 일하고 있는 주부 김모씨(33). 회사원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직장과 학교에 보내놓고 매일 오전 10시 집을 나선다.
“보통 하루에 손님 2명을 받는데 ‘2차(성관계)’까지 가면 15만원씩 받고 이중 절반이 내 몫이 되죠.”
이곳에서 일하려는 주부들이 줄을 서있어 ‘보증금’도 300만원이나 내야 된다는 게 김씨의 귀띔. 이 업소에는 김씨처럼 주변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취업한 30대 주부만 이미 10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직업소개소 등을 전전하지만 식당보조 등의 일도 쉽게 구해지지 않는 데다 어렵게 구한 자리도 힘이 많이 들어 이곳으로 돌아선 경우. 이곳은 일이 비교적 쉬운 데다 수입도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이미 보증금은 다 뽑았어요. 이 곳에서 버는 돈은 제 통장으로 따로 관리하죠. 남편요? 가끔 낮에 전화 오면 이웃집에 놀러 다닌다고 말해요.”
노래방도 주부들의 새로운 돈벌이 공간이다. 주부 박모씨(38)는 요즘 오후만 되면 은근히 노래방의 전화를 기다린다. 연락을 받고 나가 손님들과 ‘1차’만 같이 놀아줘도 2만∼3만원, ‘2차’까지 나가면 15만원을 받는다.
박씨는 “회사원인 남편의 봉급으론 생활이 빡빡해 지난해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며 “원래 파출부나 하려고 생활정보지를 뒤지다 이곳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달 벌이도 평균 150여만원. 전세금이 오른다고 해 대부분 저축을 해놓았지만 중학생 아들의 학원비로도 쓰고 있다.
▼"윤락려중 30% 차지"▼
여성 및 청소년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관계자는 “요즘 회원제 윤락알선업체나 퇴폐업소를 단속해 보면 윤락녀 중 30% 정도가 주부”라며 “이들을 노린 2차 범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의 경우도 지난해 만난 이모씨(29)로부터 “2000만원을 주면 가족에게 비밀로 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경찰엔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
▽원인과 대책〓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취업자와 미취업 구직자수÷만 15세 이상 인구×100)은 98년 47%, 99년 47.4%, 지난해 48.3%, 올 4월 현재 49.4%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구직 주부들의 취업 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가정에 묶여 정규 교육 이외의 사회적 추가교육을 받지 못하는 데다가 40세만 넘어서면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식당보조나 파출부 등으로 제한된다.
▼취업문호 제한 원인▼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만난 주부 주모씨(40)는 “텔레마케터나 경리사원 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식당보조나 파출부는 30대 후반에서 50대까지 경쟁이 심하다”며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 주부들은 매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金賢美) 교수는 “매춘 공급자인 주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 그리고 성(性)상품 수요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구직에 나선 주부들에게 올바른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사회적 교육체계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邊化順) 연구부장은 “물질만능주의, 도시사회의 익명성, 여성의 정체성 찾기가 왜곡 변질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사회의 경제적 구성원으로서 여성을 인정해 주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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