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봐선 그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외래어와 합성어가 아파트 건설업계에 유행하고 있다.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포장하기 위한 ‘브랜드 네임’이다.
정부가 98년부터 분양가 자율화 지역을 확대하면서 선보인 아파트들은 기존 아파트보다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들도 브랜드를 믿고 아파트를 사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름은 어떻게 만드나〓브랜드 이미지의 가장 큰 흐름은 좋은 입지 조건을 강조하려는 것. 대표적인 브랜드가 최고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단어 ‘베스트(BEST)’와 ‘마을(VILLAGE)’을 합친 ‘베스트빌’이다.
정보기술(IT) 열풍이 몰아치면서 ‘인터넷이나 인텔리전트’를 의미하는 ‘i’나 ‘정보기술’을 의미하는 ‘e’나 ‘닷(.)’이 들어간 것들도 등장했다. 톱탤런트 채시라를 등장시켜 화제가 됐던 ‘e-편한 세상’이나 현대산업개발이 현대그룹 로고를 버리면서 선보인 ‘I’파크’가 있다.
환경과 주변 경관을 강조한 환경친화적인 브랜드도 잇따르고 있다. ‘그린(GREEN)’이나 좋은 경치를 의미하는 ‘뷰(VIEW)’ 등이 담긴 브랜드가 그것.
이와는 별도로 최고급을 강조한 브랜드도 있다. ‘리첸시아(부자나 지식인들이 사는 곳)’‘메가트리엄(성공한 사람들이 사는 곳)’ 등은 ‘우리 사회의 상류층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왜 이러나〓‘업체 이름’에 ‘아파트’라는 단어를 합친 형태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 벽산건설의 이상우 과장은 “일반아파트와 비교할 수 없는 품질, 기능, 입지여건을 갖췄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개발 전문업체인 ‘디자인 그룹’의 박주형 대리는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더 이상 잠 자고 밥 먹는 주거 공간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추세”라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효과는 있나〓제대로만 관리하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온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중공업의 ‘쉐르빌’로 한국능률협회가 올 3월 실시한 브랜드 파워 평가에서 주택부문에서 부동의 1위였던 ‘현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제일기획 광고 13팀의 손창규 대리는 “시공사의 이미지를 이용한 브랜드가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건설업체들도 일반 제조업체처럼 브랜드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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