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인기를 누리다 지금은 영화에서만 활동하는 연기자로는 한석규 최민수 최민식 유오성 장동건 고소영 전도연 박신양 이정재 정우성 이영애 등을 들 수 있다. 애초부터 영화만 고집해온 안성기와 연극배우 출신의 송강호 신하균 등은 드라마 경력이 전무하다. 박중훈은 9년 전 SBS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에 딱 한 번 출연한 이후로는 TV에서 ‘머나먼 박중훈’이 돼 영화에만 전념하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아역 탤런트로 출발해 오랜 세월 스크린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강수연은 최근 방송으로 돌아와 여전한 카리스마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 이미연도 최고 대우를 받으며 명성황후 역을 수락하는 성은(?)을 베풀어 방송 관계자들을 기쁘게 했다.
박상원 채시라 김희애 등은 영화에 몇 번 출연했다가 흥행에 실패하자 브라운관으로 돌아 와 다시는 영화판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다. 영화에서 출발한 이경영 김갑수 등은 안방극장에도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미 스타들의 마음은 브라운관을 떠나가고 있는 것이 대세다. 왜 스타들은 영화를 더 선호할까?
물론 영화를 한다는 자부심이 첫번째 요인일 것이다. 막대한 자본과 상업성을 앞세운 드라마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때, 영화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굶어도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다. 똑같이 대중 문화의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TV드라마는 상품이고, 영화는 예술’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도 철저하게 상업화되어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고 수백 억원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영화배우의 개런티도 10년 전 보다 무려 열 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요즘은 잘 나가는 주연 배우의 경우 1억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받지만, 드라마의 경우 방송국에서 정해 놓은 출연료 상한선이 회당 200만원이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16부작에 출연해봐야 3200만원밖에 안 된다.
물론 요즘은 편법을 동원해 회당 400만원∼700만원까지 배팅을 하고 있지만 작업환경의 차이 때문에라도 스타들의 돌아선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드라마는 대본이 항상 늦게 나오는 바람에 배역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없고 수시로 밤샘 촬영에 시달려야 하지만 영화는 미리 잡힌 스케줄대로 여유 있게 찍을 수 있다. 배우가 사정이 있을 땐 촬영 일정 조정도 가능하다. 정해진 방송 날짜 때문에 아무리 몸이 아파도 무조건 찍어야하는 드라마보다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방송국 측의 과감한 투자와 기획은 물론, 충분한 준비기간을 통해 대본을 사전에 완성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nkjaka@hanmail.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