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남성 동성애자 5명이 괴질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의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83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뤽 몽타니에 박사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HIV바이러스’가 괴질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와의 전쟁에 각국은 발벗고 나섰지만 아직 확실한 예방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예방이 최선인 실정이다.
▽감염 실태〓지난해 말 현재 에이즈 감염자는 세계 60억 인구 중 6% 가량인 3610만명. 갈수록 감염자 증가 속도가 빨라져 지난해 새로 감염된 사람은 하루 1만5000명꼴인 530만명. 에이즈에 걸려 고통을 겪다 숨진 사람은 지난해 300만명을 포함, 20년간 2180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에이즈에 걸린 부모의 영향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채 태어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에이즈가 가장 창궐하고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 대륙.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 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급속히 퍼지고 있어 10년 안에 아시아 지역이 최대 에이즈 감염지역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백신 개발〓미 국립보건원(NIH) 등 각국 정부 산하 연구소와 대학연구소는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머크, 영국 그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도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년간 매춘행위를 하며 많은 에이즈 감염자를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케냐의 한 매춘부 혈액을 채취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임상실험과 인체실험이 모두 끝난 완벽한 치료약은 없으며 대부분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유엔과 국경없는 의사회(MSF) 등은 치료약 값이 너무 비싸 가난한 아프리카지역 환자가 혜택을 못 보자 제약회사를 상대로 약값 인하 운동을 벌여 성과를 거두었다.
▽퇴치 기금〓에이즈 퇴치기금으로 현재까지 모아진 돈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기부한 1억4000만달러를 포함해 3억200만달러. 미국 정부와 세계은행 등이 기부하기로 한 돈을 모두 합해도 퇴치기금은 17억달러에 지나지 않아 전문기관이 추산한 기금 규모 50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선진7개국(G7)은 다음달 20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7대 선진국이 총 5억달러, 세계 1000대 기업이 각각 50만달러씩 총 5억달러 등 10억달러의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국내 감염자 1350명…99년이후 급속 확산 ▼
국내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85년. 에이즈 감염자는 그 후 계속 늘어나 올 3월 말 현재 1350명이며 이 중 302명(남성 271명, 여성 31명)이 숨졌다.
에이즈 감염자를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487명(36%)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20대(397명·30%)와 40대(259명·20%) 순이었다. 감염 원인별로는 이성 또는 동성간 성관계에 의한 감염이 1110명(82.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어 수혈 21명(1.5%) 등이다.
또 감염자가 사용한 주사기를 이용해 마약을 투여하다 감염된 사례도 2건이 확인됐으며 95년에는 에이즈에 감염된 30대 여성이 출산한 어린이가 역시 에이즈에 걸려 장출혈로 숨지기도 했다. 이 여성은 2년 전 제왕절개수술 당시 수혈을 받았다가 감염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에이즈 감염자가 정부통계의 10배에 이른다고 주장하지만 국립보건원은 2배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98년까지 한해에 100명 안팎으로 발생하던 에이즈 감염자가 99년 이후 200명 가량씩 발생하고 올 들어 3개월 동안에만 70명의 감염자가 발견돼 외국처럼 에이즈가 급격히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에이즈환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주원인도 초기 수혈에 의한 감염에서 이성과의 성관계에 의한 감염으로 변하고 있어 에이즈 만연이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종구(李鍾求) 국립보건원 방역과장은 “이성간 문란한 성관계가 많고 특히 동성애가 늘면서 에이즈 감염자가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염위험이 높은 동성애자나 유흥업소 종업원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유흥업소 종업원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89년 10월부터는 검역소나 보건소에서는 무료로 검사를 해주고 있으며 일체의 신분확인 없이 익명으로도 검사하고 있다.정부는 감염자 중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해 생계를 지원하고 있으며 국립보건원과 진료기관에서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면역기능 검사를 실시한다.에이즈 감염자의 사회생활을 돕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98년 9월에 ‘에이즈 환자 쉼터’가 개설됐다. 상담실 02-747-4070∼2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