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의 여의도 이야기]증권가의 새 안주 '정치찌개' 요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53분


여의도가 요즘 시끄럽다.

여의도 공원을 중심으로 양쪽 편에서 저마다 논쟁이 한창이다. 증권거래소 주변의 증권가에서는 최근 며칠간의 증시 움직임에 대해 ‘반짝 랠리가 끝났다’ ‘잠시 숨고르기일 뿐이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반대 편에선 ‘당정쇄신을 해야한다’느니 ‘빗나간 정풍(整風)’이라느니 공방이 치열하다.

둘다 한 사안을 놓고 대립하는 논쟁의 모습을 띠고있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다. 증권가의 논쟁은 치열하다.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돈은 고객들의 돈이기에 신중하고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논쟁을 벌인다.

정치권의 논쟁도 치열하긴 하지만 신중한 분석이나 치밀한 이론적 뒷받침은 없다. 고객인 국민에 대한 배려도 물론 없거니와 심지어는 같은 집안 사람들끼리도 뜻이 다르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쪽에선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데 다른 한 편에선 시급한 민생현안도 뒷전이다. 그래서 길건너 사람들의 모습은 늘 증권가 사람들의 좋은 안주거리가 된다. 정치권을 비꼬는 우스개가 증권가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도 새로운 우스개가 등장했다. 제목은 ‘정치찌개 끓이는 법’.

먼저 정치에 대한 정의. 정치는 참치와 비슷한 어류의 일종으로 ‘천치’들이 ‘나잇살’과 눈치밥’을 먹고 자라 정치가 된다. 정치들은 여의도라는 섬의 한가운데 있는 ‘국해(국회)’에 주로 서식한다.

다음은 요리법. 정치의 눈은 원래 ‘개혁안’이지만 전혀 기능을 하지 않아 쓸모없는 부분이므로 버린다. 비늘은 ‘국민유린’이라고 부르는데 역시 안좋은 부분이므로 버린다. 냄비에 물을 끓인 다음에는 소금과 비슷한 ‘비자금’과 조미료의 일종인 ‘군면제’ 등으로 간을 맞춘다. 물이 다 끓으면 다듬어 놓은 정치를 넣고 대파의 일종인 ‘당파’와 감자 맛이 나는 ‘정신병자’를 넣는다.

예로부터 여의도를 ‘너나 가져갈 섬’으로 알고있는 사람이 많다. ‘너’를 뜻하는 여(汝)에 어조사 의(矣)가 붙어 ‘네 마음대로’ 또는 ‘너의 것’ 등으로 풀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에는 기름기가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의미도 포함돼있다.

그러던 곳이 70년대부터 금융기관 방송국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 켠은 여전히 생산해는 것은 없고 소모만 해대는 쓸모없는 상태로 남아있다. 언제쯤 쓸모있는 곳이 될까.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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