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인기가수의 생일잔치가 이처럼 대형 체육관에서 열린 것은 처음. 이날 행사는 H.O.T. 해체를 반대해온 팬클럽 연합회(회장 조미라)가 체육관을 직접 빌려 개최했다.
일부 열성팬들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사흘전부터 체육관 앞에서 진을 쳤으며 전날인 5일밤에는 700여명이 밤을 새우며 입장을 기다렸다. 주최측은 입장하는 팬들에게서 1인당 1000원씩을 받아 대관료를 냈다.
팬클럽 연합회가 이날 5곳의 출입문 중 3곳만을 열어 입장이 지연되자 일부는 “빨리 입장시켜 달라”며 체육관 2층 유리창을 깨고 문을 부수기도 했다. 또 더운 날씨에 지친 이모양(15·여중 3년) 등 10여명이 탈진 증세를 보여 이 가운데 이양 등 3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119 구급대를 대기시킨 중부소방서측은 이들이 “오빠를 꼭 봐야 한다. 잠시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병원 후송을 거부해 애를 먹었다.
오후 3시40분경 체육관에 나타난 토니 안은 팬들이 가져온 안개꽃과 흰색 풍선 속에 무대에 올라 “어제 날짜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여러분 곁에 영원히 남기로 했다”고 발표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체육관 안에는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가 빛을 본 날은 우리의 최대 명절’ 등 수백개의 플래카드와 토니 안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행사는 약 30분만에 끝났다.
이날 입장하지 못한 2000여명은 체육관 밖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이미 입장한 팬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해 달라며 건네주는 모습도 보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경찰 1개중대 120여명이 체육관 주변에 배치됐으나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한편 또다른 H.O.T. 팬클럽 소속 회원 50여명은 이날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따로 토니 안의 생일잔치를 가졌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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