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와 구강보건학계가 정한 ‘치아의 날’(9일)을 앞두고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치협은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과 함께 현재 수돗물 불소화 촉구대회를 전국 대도시에서 개최하고 있다. 반면 일부 환경단체는 이에 맞서 반대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수돗물 불소화〓상수도 정수장에 불소 투입기를 설치해 불소용액을 섞는 것이다. 수돗물에 들어가는 불소농도는 1ppm으로 t당 1ℓ 정도.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1945년 미국 일부 주에서 시작된 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60여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충치를 가장 확실하게 예방하는 방법으로 적극 권장하고 있고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백신 개발, 피임 및 가족계획 등과 함께 미국인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20세기 10대 보건사업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81년에 경남 진해시가 처음 시작한 뒤 현재 48개 지역의 정수장에서 시행하고 있다. 불소가 섞인 수돗물을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15%인 720만명 정도.
지난해 치과 병의원에 지급된 보험급여는 7890억원으로 이 중 5000억원 이상이 충치와 관련된 비용이다. 치과 진료시 보험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충치로 인한 의료비는 연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 2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충치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확대하도록 요청했다.
▽거세지는 찬반논쟁〓‘수돗물 불소화사업 20주년 기념 조직위원회’는 7일부터 사업 확대를 위한 가두캠페인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조직위원회에는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대표 153명과 150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조직위원회는 서울대 치대 문혁수(文赫秀) 교수팀이 9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실시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12세 어린이의 경우 충치 수가 1명당 평균 3.3개로 미국(1.4개) 캐나다(1.9개) 스위스(1.1개)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71년 조사 당시의 평균 충치 수(0.6개)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 이는 식생활 변화와 충치예방 소홀 때문이라는 것.
문 교수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은 결과 충치예방 효과가 30∼35%로 나타났으며 골절과 뼈의 악성물질이나 갑상선질환의 발생률에 차이가 없어 수돗물 불소화가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녹색연합 등 일부 환경단체가 99년 결성한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는 14일 집회를 갖고 인체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 없이 미국에서 시작된 불소화 사업을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국민연대는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일반 시민이 먹는 수돗물에 불소를 섞는 것은 ‘강제적 의료행위’이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에서는 수돗물 불소화의 잠재적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와 불소화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연대는 또 일본 프랑스 노르웨이 등도 식수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대의 활동으로 대전과 경기 김포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불소화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송상근·이성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