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제품을 살 때 동네 대리점보다 종합 전자유통점이나 할인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할인점 양판점 인터넷쇼핑몰 등 신(新)유통업체가 급부상하는 반면 대리점과 백화점 등 기존 판매점들의 비중은 줄고 있다.
▽지는 대리점, 뜨는 할인점〓수입 전자제품을 포함한 가전 유통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6000억원 정도. 이중 대리점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대초 90%대에서 최근 47%로 뚝 떨어졌다. 삼성 LG 대우 아남 등 가전회사 대리점 수도 90년대 초반 5000여개에서 지난해말 1000여개로 격감했다.
반면 전자양판점 할인점 인터넷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형태를 통한 판매는 크게 늘었다. 현재 하이마트 전자랜드21 등 전자양판점이 전체 시장의 35%, 할인점 온라인쇼핑몰 백화점 등이 18%를 차지해 신유통업체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마트는 1989년 서울 용산에 1호점을 연 이후 지금은 230개 점포에 연간 1조6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회사로 성장했다. 전자랜드21은 58개 직영점을 내년에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커지는 ‘바잉 파워(buying power)’〓신유통업체가 성장하면서 이들의 힘도 강해지고 있다. 제조업체의 압도적 우위에서 벗어나 유통업체가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유통이 제조를 지배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전 회사들은 양판점 전용 공급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현재 TV 냉장고 등 모든 제품당 3, 4개씩의 양판점 전용 모델이 나온다.
할인점과 온라인쇼핑몰은 직접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고 있다. 대형 가전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에 직접 주문해 상품을 생산하는 것. 신세계 이마트는 선풍기 전화기 전기밥솥 등 소형가전은 물론 평면TV까지 PB로 생산하고 있다. 각각 동급 제품 매출의20∼70% 가량을 PB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SK디투디는 지난달 김치냉장고 ‘이쿨’을 PB로 내놔 한달 동안 1000대 이상을 팔았다. 하반기에는 식기세척기와 컴퓨터 모니터 등을 선보일 예정.
▽변화하는 생존전략〓삼성 LG 대우 등 가전회사들은 신유통 담당 임원을 두는 등 양판점과 할인점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리점 판매가 60%, 신유통이 40%인 현재 상태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유통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대리점을 고급화하고 가전매장과 PC매장을 혼합하는 등 신유통점의 가격 메리트를 상쇄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LG도 지역 고객에 대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대리점을 대형화하는 등의 전략을 쓰고 있다. 또 백화점들은 일반적인 가전을 포기하고 가구별 맞춤 형태의 고급 수입가전 중심으로 매장을 바꾸고 있다.
<신연수·하임숙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