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부회장급 ‘캐디’ 눈물 쏙 뺀 이유

  • 입력 2001년 6월 8일 11시 23분


국내 최고의 명문 코스라는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살아 있을 때 이야기다. 이회장은 비가 와서 게임을 못하면 골프장에서 식사라도 할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전담 캐디와 전담 웨이트리스를 별도로 두었다. 이회장의 말은 한마디도 빠지지 않고 기록하는 ‘어록’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골프를 하면서 하는 말은 별 수 없이 모두 캐디가 들었다가 플레이가 끝난 뒤 담당직원이 받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전담 캐디는 목에 철갑을 두른 듯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부회장이라도 된 듯. 실제로 말하지 않은 것을 보태서 전달하는 일까지 생겼다. 웨이트리스도 마찬가지. 이 회장은 식사 전 식음료에 관한 한 웨이트리스에게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 직원도 자신이 원하는 말을 만들고, 윗사람에게 군림하려는 듯한 엉뚱한 행동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행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날 이를 눈치챈 총지배인이 자신의 목(?)을 걸고 이들을 야단쳐 다시는 힘을 쓰지 못하게 엄벌을 내린 것이다.

안양 골프장에서 플레이할 때 대통령 골프처럼 앞팀을 비워두면 반드시 이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볼을 칠 때는 회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플레이어일 뿐”이라고 말했다는 이병철 회장이 직원들의 이런 행동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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