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실버스타인 글, 그림
120쪽 6500원 시공주니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교 공부를 끝마치기 무섭게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맴도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에 관한 생각을 해 볼 겨를이 없을 것이다.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여러 날 고민해 본 기억이 사춘기를 보낸 이후에는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늘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살아가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총을 거꾸로 쏘다니….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잊고 지냈던, 혹은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물음을 생각해 내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정글에서 ’사냥꾼’이 뭔지, ’총’이 뭔지도 모른 채 살아가던 어린 사자가 우연한 기회에 총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른 사자들은 ’사자는 사자답게’ 살아야 한다며 총을 버리라고 하지만 어린 사자는 총 쏘는 일이 재미있다. 여러 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열매에 앉아 있는 파리’는 물론 ’파리의 귀’까지 맞히더니, 급기야는 ’그 파리 귀에 붙은 먼지’와 ’먼지에 내리 쬐던 햇빛마저 날려보내는’ 명사수로서의 확실한 실력을 쌓게 된다.
서커스 단장의 달콤한 유혹에 정글에서 세상속으로 나온 어린 사자는 평범한 이름을 버리고 ’라프카디오’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솜씨를 뽐내게 된다. 모두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많은 부와 명성을 쌓게 되자, 모든 것이 시들해 지고 귀찮아 진 라프카디오는 새로움에 이끌려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살았던 정글속으로 사냥을 나가게 되고. 거기에서 옛 동료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은 과연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껏 총부리를 거꾸로 겨눈 채 살아 온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이미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쉘 실버스타인의 우스꽝스러운 삽화와 코믹한 글투는 어린이들이 무거워 할 주제에 쉽사리 다가서게 한다. 이제 막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6학년 이상.
오 혜 경(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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