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브라운감독의 이 말은 ‘앞으로는 체면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오직 이기기 위한 작전만 펴겠다’는 암시로 들렸다. ‘올해의 감독’에 선정된 자존심 강한 브라운감독이 2차전 패배 뒤 땅을 친 것은 바로 LA 레이커스의 기둥인 ‘공룡 센터’ 샤킬 오닐을 상대로 한 파울 작전을 사용하지 않은 것. 이 작전은 자유투 성공률이 형편없는 오닐이 공을 잡으면 팔을 쳐 고의적인 파울을 유도하는 것으로 이미 NBA에선 ‘고유명사화’돼 있을 만큼 LA 상대팀들이 즐겨 사용해 왔던 작전이다.
하지만 브라운감독은 챔프전이 시작되기 전 ‘오닐을 상대로 한 파울 작전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쳐 승리하겠다는 것.
그 대가는 혹독했다. 1차전에서 오닐에게 44점 20리바운드를 허용하고도 주포 앨런 아이버슨의 믿을 수 없는 활약(48점)에 힘입어 승리한 브라운감독은 2차전에서도 자신의 고집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오닐에게 ‘쿼드러플 더블급’ 활약(28점 20리바운드 9어시스트 8블록슛)을 허용하며 98-89로 참패. 2차전에서 LA의 코비 브라이언트가 양 팀 합쳐 최다인 31점(8리바운드 6어시스트)을 넣으며 1차전의 부진을 만회했고 아이버슨은 LA 데렉 피셔의 찰거머리같은 집요한 수비에 짜증을 내며 23점(3어시스트)에 그쳤다.
브라운 감독은 2차전 뒤 오닐에 대해 “그는 위대한 슈터일 뿐만 아니라 패스 능력도 빼어났다. 그는 때때로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고 말해 ‘오닐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파울 작전뿐’임을 스스로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챔피언결정2차전
LA레이커스(1승1패) 98-89 필라델피아(1승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