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前대통령, 아들에 대북정책 '훈수'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51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도록 훈수를 뒀다고 뉴욕타임스지가 1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부시 전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시절 국가안보 자문 역할을 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로부터 북-미 대화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의 메모를 받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타임스는 “메모에 담긴 조언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키로 결정했다고 밝힌 (6일자) 성명에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가 작성한 메모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중단할 경우 한국 정부를 매우 어렵게 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대북대화를 재개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에 회의적인 국방부 등과 상대적으로 온건한 국무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 메모를 작성,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타임스는 “부시 전 대통령은 그의 아들이 펜타곤(국방부)으로부터 보고받는 것을 추진하는 대신 보다 온건한 태도를 취하기를 바라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메모를 전달받은 뒤 메모에 담긴 구상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와 한국 문제에 대해 직접 의논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부시 대통령은 부친과의 모든 대화를 사생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서 방영할 수 있도록 남북간의 화해를 지지하는 발언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최근 제작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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