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의 섹스&헬스]노인들의 성도 아름답다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51분


최근 수명이 길어지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2차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노년의 ‘삶의 질’이 아닐까? 비뇨기과 안에도 많은 분야가 있지만 요즘 다양한 약제와 치료법의 개발로 진일보하고 있는 성의학 분야도 결국은 이 문제가 관건이다.

얼마 전 노년의 성을 주제로 다룬 일본의 한 작가가 쓴 책을 읽었는데, 마침 TV에서 노년의 이성 생활에 대해 다룬 프로를 본 직후라 가슴에 속속 와 닿았다.

나이가 들어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을 할수록 전신 상태가 건강해져 다른 병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이었는데 우리 몸의 호르몬, 혈액순환, 신경 전달 체계를 생각해보면 의학적으로도 당연한 것이다.

요즘엔 동서를 막론하고 성기능 장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도 역시 삶의 질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외국에는 주름이 쭈글쭈글한 손을 맞잡고 병원에 함께 와서 남편의 발기부전을, 혹은 부인의 폐경 후 동반된 여러가지 성 기능 장애 증상을 함께 상담하고 치료 받는 경우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기만의 만족을 위해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함께 고려하고, 생각해주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지만 그래서 나는 두 어르신이 손을 맞잡고 수줍어 하면서 진료실을 들어와 “내가 이래서 우리 할망구가…”라면서 진찰받는 모습을 볼 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다. “늙은이가 무슨…” “주책이지”라면서 모든 것을 참도록 젊은 사람들이 강요해서는 안된다. 젊은 우리가 그 만큼 나이 들었을 때 원하는 삶의 질을 누리고 싶다면 지금 노인들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할 것이다.

윤하나(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전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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