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으로 인한 재난의 역사가 많기로는 런던이 으뜸이다. 석탄 연소에 따른 연기가 대기로 확산되지 못하고 안개와 합쳐져 숨막히게 하는 런던형 스모그 때문이다. 이미 14세기에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석탄사용량을 줄이라며 이를 위반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칙령도 있었을 정도인데 산업혁명 이후에는 큰 피해가 잇따랐다. 1872년에 243명이 죽었고, 1952년에는 무려 1만2000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의 런던 공기는 비교적 맑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4월 통계만 보아도 이산화질소나 미세먼지의 오염도가 기준치를 넘은 게 각각 46회와 168회였다. 물론 지난해의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대기오염은 황사, 또는 요즘과 같은 가뭄이나 안개 등에 따른 기상조건의 영향도 받는 것이지만 역시 오염물질의 배출이 문제이다. 서울의 경우 대기오염 배출량의 85%가 자동차에서 나온다. 그래서 자동차 가스와 안개로 인한 스모그는 서울형 스모그라는 이름도 얻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가스의 오염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스에 포함된 물질이 태양광선과 반응해 제2차 오염물질로 변하는 것이다. 이른바 로스앤젤레스형 스모그를 일으키고 눈병이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오존 발생의 원인이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오존의 피해를 줄이고 대기오염에 대한 경고를 위해 당국은 오존경보제를 시행 중이다. 올해도 벌써 서울 등지에 여러 차례 주의보가 발령됐다. 하지만 시민의 반응은 덤덤하다. 당국의 미적지근한 대책 탓인지, 시민의 무관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시민의 건강이 날로 위협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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