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피아노 선율에 실린 로맨스 'KISS'

  • 입력 2001년 6월 11일 12시 53분


피아노 강사 고시마는 11살 때부터 가르쳐온 카에를 마냥 어린애 취급하다 어느날 기습적인 키스를 받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느덧 여자 같은 카에에게 사로잡힌 고시마는 그러나 냉랭한 포커 페이스를 거두지 않고 카에는 애를 태우게 되는데….

남자는 24세의 피아노 강사 겸 재능있는 무명 연주가, 여자는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16세 소녀. 사제관계를 무시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충분히 부자연스럽고 위험스러워 보인다.

고시마가 카에의 생각과 행동패턴을 예측, 간단히 대처하는데 비해 카에는 아직 어리고 미숙하기만하다. 어른인 상대가 부담스울만도 한데 한없이 가녀리게 보이는 카에는 의외로 당돌하다. 순수하고 천진하며 고집스럽고 과감한 카에에게 어쩔수 없이 매료되고마는 고시마의 모습은 무뚝뚝하고 말을 아끼는 성격 탓에 더 매혹적이다.

만화 'KISS'는 혹독한 성장기를 보내면서 메마르고 건조해진 성인 남자와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소녀의 아슬아슬한 이중주를 들려준다. 최소한의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묘사, 강렬한 흑백 대비, 컷 하나하나가 마치 패션 화보 같이 세련됐다. 캐릭터의 뒷모습에까지 풍부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의 스타일 역시 감각적이다.

피아노학원이 주무대인만큼 심심찮게 여러 피아노 곡들이 등장한다. 은밀한 설렘, 말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는 애틋함을 담아 공기를 가르는 피아노 선율은 굳이 들을 수 없어도 실감(?)이 난다.

카에의 성장을 불쑥불쑥 느낄때마다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여유로운 척하고 있는 고시마의 고군분투가 재미있다. 평범치 못한 연인인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연애의 본질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사뭇 궁금하다.

김지혜<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_ja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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