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외모 중시 사회가 '성형 열풍' 불렀다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0분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눈물로 범벅이 된 기자회견을 보았다. 참담한 고백에 동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 눈물을 가증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불과 얼마 전에 30여㎏의 살을 빼고 활동을 재개한 이씨는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개선한 영웅처럼 주목받았다. 그는 운동이 다른 어떤 다이어트 상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증인처럼 비쳤다. 이어 이씨는 다이어트 비디오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

이번 사건은 효과적인 살빼기 방법을 둘러싼 이씨와 성형외과 의사의 갈등, 나아가 미용성형산업과 다이어트 비디오산업의 패권다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몸 가꾸기 열풍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평범한 외모와 정상체중을 가진 여성들이 왜 몸을 ‘개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가.

미국의 일부 언론은 한국을 기형적인 성형 열풍이 불고 있는 나라로 보도했고 일본 여성들도 한국의 대중화한 성형수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몸 관리 산업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몸에 대한 여성들의 투자는 강요된 선택일 수 있다. 개그우먼으로 성공하는데 뚱뚱한 몸이 도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이씨의 사례는 여성이 외모가 아닌 방식으로 능력을 인정받아도 절반의 성공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임 인 숙(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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