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미소와 졸린 듯한 표정, 가느다란 손가락을 보면 냉혹한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가요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수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예민이 오랜 공백(4년) 끝에 새음반(4집) ‘나의 나무’를 냈다.
미국 시애틀의 코니시 예술종합대 현대음악작곡과를 마치고 낸 첫 결실이다. 그는 미국 유학 동안 민속음악과 중세음악에 푹 빠졌었다.
타이틀곡 ‘마술피리’는 어린이들의 맑은 합창과 예민의 단아한 보컬이 어우러지고 피아노 연주가 파노라마처럼 울려 퍼진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꿈속에서 파스텔톤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타이틀곡뿐 아니라 ‘식물원가는길’ ‘어린 초록’ ‘서랍속 향기’ 등 10곡의 수록곡도 마찬가지다. 따사로운 햇살이나 고즈넉한 시골길, 푸르른 바다 등 현대인들이 망각한 자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의 새 음반은 ‘듣는 음악’으로 다른 가수들의 노래와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7년 넘게 음악이론을 공부한 그는 새 음반에서 화성과 악기의 배치, 곡의 전개와 구성을 탄탄히 하고 있어 소리가 풍성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새 음반에서 그가 추구한 주제는 ‘미학’ ‘사랑’ ‘추수’ ‘귀소’ 등 네가지. 이 가운데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귀소’는 예민이 10년전부터 추구해온 테마다. 새 음반에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많은 것도 “동심에 대한 향수”라고 말했다. 그는 산골에서 여름 학교를 열어 아이들에게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고, 함께 합주도 하고 싶다고 했다. 미혼인 그는 “평소 삶을 음악처럼 살면 음악 작업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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