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엔 해외파 스타선수로, 90년대 이후에는 축구 지도자로 라이벌 대결을 펼쳤던 차범근과 허정무가 각각 MBC와 KBS의 중계방송 해설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해설 성적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장군멍군이 오간 끝에 허정무가 박빙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해설을 맡은 경기는 전체 16경기 중 각각 8경기. 그중에서 생중계 대결을 벌인 경기는 한국과 프랑스(5월30일), 멕시코(6월1일), 호주(3일)와의 3경기와 프랑스 대 브라질의 4강전(7일), 10일의 프랑스 대 일본의 결승전 등 5경기였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 중계방송은 해설자에 따라 시청률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첫 경기인 한국 대 프랑스전은 허정무의 승리였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에이씨닐슨(9.0% 대 6.7%)과 TNS미디어(9.3% 대 7.1%) 조사에서 모두 KBS가 앞섰다.
하지만 두번째 경기는 차범근이 앞섰다. 에이씨닐슨(16.1% 대 13.9%)과 TNS미디어(15.6% 대 12.8%) 조사에서 MBC가 보기 좋게 역전을 이뤄냈다.
허정무가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해설을 펼친 반면 차범근은 운을 뗄 때마다 ‘아∼’하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다혈질 해설로 맞섰다.
이후 두 사람의 입심 대결은 시소전 양상이 됐다. 한국의 4강 진출 여부가 걸린 호주전에서는 KBS가 앞섰지만 세계 1, 2위 대결이 펼쳐진 프랑스 대 브라질전에서는 MBC가 앞섰다.
결국 두 해설위원간의 입심대결은 결승전에서 승부를 가르게 됐고 에이씨닐슨(26% 대 24%)과 TNS미디어 조사(17.9% 대 15.5%) 모두에서 허정무가 해설한 KBS의 시청률이 높게 나타났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