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야프의 대변인인 아부 사바야는 이날 필리핀 민다나오의 RMN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관광객 길레르모 소베로를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필리핀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로 소베로를 처형했다"면서 "남부 바실란 섬의 투부란에서 그의 머리를 찾아보라"고 말했다. 반군은 또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른 인질들도 처형하겠다고 경고했다.
아부 사야프는 그동안 외국인을 포함한 많은 인질을 납치해 이 가운데 필리핀인 인질 여러명을 살해했지만 지금까지 외국인 인질을 살해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필리핀 군 대변인 에딜베르토 아단 준장은 "이들이 전에도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며 "심리전에 불과할 수도 있어 사실 여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군이 미국인 인질을 처형했다는 주장이 보도되자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103주년 행사를 중단하고 긴급 각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로일로 골레즈 국가안보보좌관은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반군에게 몸값이 지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 사야프는 지난달 27일 필리핀 남부 팔라완 섬의 도스 팔마스 휴양지에서 미국인 3명을 포함해 20명을 납치했으며 정부가 인질 석방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인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중동지역 이슬람 무장단체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아부 사야프는 필리핀 남부 섬지역을 분리 독립시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