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여름 '다한증' 치료법…수술 10분이면 끝

  • 입력 2001년 6월 12일 18시 40분


“혹시…, 어디가 많이 아프세요?”.

며칠전 소개팅에 나간 회사원 박모씨(31)는 난데없는 질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에서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는 자신을 상대 여자가 줄곧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봤던 것. 체질 탓으로 돌렸지만 땀에 절은 첫 인상이 내키지 않았던지 그날 이후 박씨는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사시사철 줄줄 흐르는 땀으로 고생하는 박씨에게 여름철은 한마디로 지옥이다.

하루종일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 때문에 이성 교제는 물론 거래처 사람들 만나기가 민망스러울 정도. 점심 때 매운탕을 먹으며 테이블 위의 냅킨 한통을 바닥내는 그에게 동료들은 ‘스펀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박씨는 ‘다한증’(多汗症) 판정을 받았다.

▽다한증이란?〓다한증은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이 계속 흘러나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병이다. 부위에 따라 손바닥, 겨드랑이, 발바닥, 얼굴 다한증으로 나뉜다. 주로 손,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 등 다양한 부위에서 땀이 나고 특정 부위에서 특히 많은 땀을 흘리면 다한증일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어 증세에 따라 약물치료 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다한증의 원인 및 진단〓다한증은 원인에 따라 1차성과 2차성 두 가지로 나뉜다. 다한증의 90%를 차지하는 ‘1차성’은 특별한 원인 질환없이 자율신경인 교감신경이 갑자기 고장나 땀샘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나타난다. 반면 ‘2차성’은 갑상선 질환, 암, 비만, 뇌 질환 등 다른 질환이 원인으로 주로 몸 전체에서 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발견해 치료해야 증세가 호전된다.

다한증의 진단은 분비되는 땀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과 땀에 의한 체열변화를 측정하는 방법(DITI) 등 2가지.

▽치료 유형〓과거에는 다한증을 체질 탓으로 돌려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증세와 치료목적에 따라 약물, 주사, 수술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약물요법〓땀을 흘리는 부위에 약물을 바르거나 먹는 약을 복용한다. 주로 염화알루미늄 성분의 약물이 함유된 도포제를 주 3회 정도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바르면 땀샘이 막혀 땀이 적게 흐른다. 간편하지만 임시방편이어서 계속 반복 치료해야 효과가 유지된다.

△주사요법〓교감신경에 직접 약물을 주사해 땀샘을 자극하는 신경의 작용을 차단하는 방법. 원래 주름살 제거제로 개발됐으나 다한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보톡스 주사’가 주로 쓰인다. 한번 맞으면 1년간 효과가 지속된다. 치료시 심한 통증과 고비용이 단점. 겨드랑이의 경우 1㎝간격으로 30∼50차례, 손발 다한증은 한쪽에 70∼100차례 정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한 차례 시술당 치료비는 120∼140만원.

△수술요법〓땀의 분비를 담당하는 가슴 속 깊이 자리잡은 흉부 교감신경을 수술로 잘라내는 치료법.

다른 치료법에 비해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 수술은 양쪽 겨드랑이에 지름 2∼5㎜인 가느다란 내시경을 넣어 가슴 속의 교감신경을 직접 보며 내시경 끝에 달려있는 전기메스나 레이저로 교감신경을 잘라낸다. 수술시간은 10∼20분 정도.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별다른 흉터도 남지 않으며 재발되지 않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전신마취라는 부담이 있으며 수술 뒤 많은 환자들이 수술 부위 대신 가슴, 엉덩이 등 다른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단점.

△기타〓최근에는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한 제한적 교감신경 절제술이나 교감신경을 잘라내는 대신 티타늄 재질의 클립으로 묶어주는 수술법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도움말〓고려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김광택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두연교수)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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