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설마’ 하고 공항을 찾은 일부 승객들이 항공사의 탑승 수속대에서 격렬히 항의했다.
▼승객 불편
오사카행 대한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모 벤처기업 대표 서모씨(35)는 “일본 업체와 첫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는 길인데 문제가 생기면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8시반 마닐라행 대한항공기를 탈 예정이었던 백승욱씨(54)는 결항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으나 대한항공 직원이 오후 8시15분발 필리핀항공기를 연결해주자 안도하기도 했다.
또 오전 10시35분발 자카르타행 대한항공기가 결항되자 인도네시아인 안그란토는 홍콩을 경유해 자카르타로 가기로 하고 오전 11시40분발 홍콩행 타이항공기에 탑승했다.
김중만씨(47·사진작가)는 “가수 강타의 사진집과 재킷사진을 프랑스 파리에서 찍으러 가는데 직행노선이 결항돼 로마행 대한항공 915편 좌석을 겨우 얻었다”면서 “가뭄과 경제위기로 걱정인데 파업까지 겹쳐 큰일”이라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 특수
평소 90%가 넘던 대한항공 국제선 예약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떨어 졌으나 인천국제공항 외국 항공사의 탑승 수속대는 ‘특수’를 맞아 승객들로 북적거렸다. 외국 항공사들은 예약률이 대부분 100%에 육박하거나 대기 승객까지 받아야 했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은 예약률이 100%를 초과했고 싱가포르항공은 10일 예약률이 41.6%였으나 12일에는 90%, 캐세이퍼시픽은 10일 예약률이 34.3%였으나 12일에는 70%를 넘어섰다.
중국북방항공측은 “평소 170명이던 탑승객이 258명으로 늘었으며 내일은 정원인 272석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항공사는 일부 항공편만 간신히 운항하고 있어 노조가 당장 파업을 철회하더라도 정상 운항을 하기까지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3일 국제선 92편 가운데 49편, 국내선 244편 가운데 15편만 비상 운항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206편 가운데 76편만 정상 운항하고 국제선은 예정대로 운항할 계획이다.
▼김포공항 한산 철도역 북적
국내선 전용인 김포공항은 버스 철도 등 대체 교통편을 이용한 승객들이 많아 인천공항보다 훨씬 한가했다.
12일 부산으로 가려던 동아대 의대 서덕준(徐德俊·48)교수는 “파업에 따른 불편도 불편이지만 이 같은 문제를 빚어낸 원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