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1회째를 맞는 미국 최고권위의 골프대회인 2001 US오픈(총상금 500만달러). 14일 개막하는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개최지인 서던힐스CC(파70·6973야드)의 코스세팅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까다롭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도 ‘언더파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표현만으로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1935년 문을 연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는 원래 파71로 조성됐지만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개최할 때는 파5홀 한 개를 파4로 바꾸고 ‘강철섬유’에 비유될 정도로 악명 높은 버뮤다러프를 10㎝ 이상 길러 그 ‘혹독함’을 배가시켜왔다.
96년 서던힐스CC에서 개최된 미국PGA투어 챔피언십의 우승자 톰 레먼(미국)의 스코어는 12언더파 268타. 하지만 이 코스에서 역대 두 번 치러진 58년과 77년 US오픈 우승자인 토미 볼트와 휴버트 그린(이상 미국)의 기록은 각각 3오버파 283타와 2언더파 278타였다.
게다가 서던힐스CC의 잔디는 99년 누군가가 뿌린 화학약품 때문에 말라죽은 뒤 새로 심은 벤드그라스 그린으로 마치 ‘실크스카프의 표면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 레귤러온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내리막 퍼팅에 걸린다면 3퍼팅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유리알 그린’이다.
또 77년 대회 당시 보다 극단적으로 파4와 파5의 거리를 늘렸는데 5번홀(파5)은 642야드로 US오픈 사상 가장 긴 홀이 됐다. ‘어떤 선수도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 퍼팅을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USGA측의 설명.
한편 기존 파5홀을 파4로 바꾼 16번홀은 무려 491야드로 역시 US오픈 사상 가장 긴 파4홀. 드라이버티샷을 300야드 이상 날려도 투온은 버거운 상황이어서 파세이브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이렇듯 거리가 만만치 않건만 페어웨이 폭은 겨우 평균 22야드. 버뮤다러프가 두려워 페어웨이 안착에 급급해 짧은 티샷을 했다가는 두 번째 샷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악명 높은 서던힐스를 정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뭘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멀리 그리고 똑바로 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